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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서울의 한 도심가. 높이 뻗은 빌딩 사이.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창밖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똑똑-
“길드장.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문들 두드리며 정중히 물어오는 질문에 길드장이라 불린 젊은 사내가 “들어와”하고 무심히 답했다.
이윽고 가지런히 수염을 기른 중년의 사내 하나가 조용히 내부로 들어선다.
현 화랑 길드의 부길드장 A랭크 헌터 송명신이었다.
그는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나이는 60을 훌쩍 넘겼다.
조용히 들어온 송명신의 모습에 창밖만 바라보던 젊은 사내, 현 화랑 길드의 길드장 S랭크 헌터 송재하가 몸을 돌렸다.
그 역시 보이는 것과 달리 나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송명신만큼은 아니었다.
길드장실로 들어선 송명신은 방의 주인인 송재하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내빈용 쇼파에 몸을 앉혔다.
그런 그의 태도에 송재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의 맞은편에 몸을 앉혔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삼촌.” 흘깃- 보는 눈이 없는 것을 확인한 송재하는 편하게 송명신을 대했다.
두 사람은 단순한 부하직원 사이의 관계가 아닌 가까운 친척 사이다.
“내가 뭐 못 올 것을 왔냐? 조카 얼굴 좀 보러 온 건데 뭐.” “…평소에 자주 보러 오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또 숙모님 피해서 온 거예요?” “크흐흠…! 이 녀석 무슨 말을…! 내가 어디 와이프 눈치 볼 사람이냐? 나 송명신이야, 송명신! 네 아버지랑 같이 이 화랑을 여기까지 키운 사람!” 가슴을 탕탕 치며 과장되게 말하는 송명신의 모습에 송재하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주 있는 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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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워볼게임사이트 대단한 사람이 숙모 눈치만 보고 계시죠… 그것도 결혼하고 40년째 내내요.” “크… 크흐흠…! 네 숙모가 사실 엄청 대단한 사람이야. 헌터도 아니면서 무슨 힘이….” “그 얘기 숙모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나도 안다. 저번에 지나가듯 말했다가 맞아 죽을 뻔했어….” “…힘내세요.” 삼촌과 조카 사이에 잠시간 단란한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익숙한 넋두리에 정신이 반쯤 나갈 것 같던 송재하가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삼촌. 이번 원정은 어때요? 왜 삼촌이 은퇴하겠답시고 편성했던 제3 공격대요.” “그래서 네 숙모가 말이다… 응? 아, 그거… 별문제는 없을 거다. 공대장 맡은 녀석이 꽤 똘똘한 녀석이거든. 야망이 꽤 크기는 하다만… 싹수가 있어. 끼워 넣은 다른 놈들도 다 괜찮고. 길드 평판에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을 거야.” “그것 참 다행이네요. 이번 일은 길드 입장에서도 꽤 중요하니까요.” “야야, 아무렴 이 삼촌이 은퇴가 하고 싶다 해도, 설마 길드와 관련된 일까지 대충대충 처리할까? 어련히 알아서 잘했겠지!” “…평소 행실을 좀 생각해 보세요.” 중얼거리듯 읊조린 송재하가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그의 삼촌은 기본적으로는 참 유능한데 이렇게 사적인 자리만 되면 한없이 헤퍼지는 남자였다.
물론 그것이 삼촌의 매력이라고 숙모에게 듣기는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냥 바보 삼촌 같다 이 말이지….’ 그리 생각하며 재차 한숨을 내쉬는 송재하였으나, 그러면서도 삼촌의 말처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의 삼촌이 헤프기는 파워볼실시간 참 헤펐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하는 유능한 남자였으니까.
그러니 그의 엄격한 아버지가 아무리 가족이라고는 해도 부길드장의 자리에까지 그를 앉힌 것이고 말이다.
애초에 송재하 역시 길드의 평판을 생각해서라도 모든 것을 제 삼촌에게만 맡겨두지 않았다.
그 역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은 모두 끝마친 이후다.
이제는 그저 가만히 소식을 기다리는 것뿐. 실시간파워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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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재차 삼촌과 조카 사이의 단란한(일방적인)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행동은 이윽고 다급하게 길드장실을 찾아온 비서에 의해 끝나고 말았다.
그 파워볼사이트 순간만은 송재하로서 참 다행인 일이었다.
그 심정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파워볼게임
“…그게 지금 무슨 말이죠?” “그, 그것이… 저, 전멸이라 했습니다.” “…….”
화기애애했던 길드장실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시종일관 밝게 제 이야기를 늘어놓던 송명신도, 싫은 듯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그 이야기를 듣던 송재하도.
두 사람 모두 비서가 가지고 온 소식에 얼굴을 굳혔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지금 전멸이라고 하셨나요?” “네, 네네네, 넷!” “그게 그러니까 군사적 의미의 전멸이 아닌 사전적 의미의 전멸이죠? 그 완전히 다 죽었다고 할 때의 그 전멸이요.” “네, 넷! 마, 맞습니다!” 후….
송재하의 입에서 많은 의미가 함축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뿜어나오는 기세에 소식을 전하러 온 비서의 안색이 퍼렇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일반인인 그녀가 S랭크의 헌터가 내뿜는 기세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진정해라.” “…진정이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전멸이라잖아요, 전멸…!” 속에서 차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는 송재하의 모습에 송명신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흘깃 비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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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함께 있던 비서의 존재를 눈치챈 송재하가 ‘하’ 하고 숨을 내뱉으며 내뿜던 기세를 도로 거두어들였다.
비서의 입에서 참았던 숨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나가 보세요. 이번 관련된 사항은 빠짐없이 정리해서 보내 주시고요.” “네, 네! 길드장님!” “…미안합니다.” 송재하의 사과를 받는 둥 마는 둥 받은 비서가 급히 길드장실을 빠져나갔다.
쾅-!
문이 닫히고 송재하가 탄식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한차례 거두어들였던 기세가 다시 스멀스멀 차오른다.
그에 송명신이 입을 열었다.
“조절 좀 해라. 나도 견디기 힘들어. 이 나이 먹고 내가 네 눈치까지 봐야 하냐?” “…상황이 상황이잖습니까? 어떻게 참아요.” “이미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사태를 잠재울 방안을 생각해야 돼.” 송명신의 이야기에 송재하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이마를 짚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알았을까요?” “일단 대형 길드 쪽은 다 알고 있다 봐야겠지. 우리랑 사이가 좋지 않던 놈들은 당연할 테고. 그놈들이 이야기를 흘릴 테니 곧 기자들도 알겠군.” “…젠장. 곧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겠군요. 화랑 길드가 원정에 실패했다고.” “그것도 무리하게 2군 전력을 내보냈다가 아까운 헌터들 모두 잃었다고 말하겠지. 사실이 그렇고.” “화랑 길드 원정 대실패. 공격대는 전멸… 기사 제목이 벌써부터 보이는군. 제기랄…!” 답답한 마음에 송재하가 쾅-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S랭크 헌터의 분노가 담긴 주먹질에 팔걸이는 너무나 쉽게 부서져 나갔다.
흘깃 부서져 날아가는 팔걸이의 파편을 바라보던 송명신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내가 책임지마.”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삼촌?” “이번 일 내가 전부 책임지고 해결하마. 전 길드장의 동생이자 현 길드장의 삼촌인 내가 나서면 좀 잠잠해지겠지.” “…삼촌.”
“그런 눈으로 볼 필요 없다. 애초에 내가 키운 판이니까 내가 책임지는 게 맞아. 이참에 은퇴도 하고 좋지 뭐.” 농담처럼 덧붙이는 송명신의 말에도 송재하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지금 송명신은 제 스스로 제 몸에 오물을 묻히겠다고 한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화랑 길드의 전임 길드장과 함께 화랑을 여기까지 일으켜 세운 장본인.

비록 랭크는 A에 불과했지만 화랑 길드 내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송명신이다.
그런 그가 직접 일선에 나서며 앞으로 받게 될 모든 비판들을 오롯이 홀로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다.
평소 저 스스로 화랑을 키웠다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살아가던 그였으니 이번 일로 인해 받게 될 오명이 얼마나 가슴 아플까?
그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던 송재하는 차마 제 삼촌에게 그만두라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이 지금 가진 최선의 수라고 판단하고 있던 탓이다.
송재하는 송명신의 조카이기 이전에 화랑의 길드장이다.
그렇기에 그는 차마 제 삼촌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송재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던 까닭인지, 앞으로 제게 일어날 일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송명신은 크게 웃어 보였다.
“이놈아, 걱정하지 말래도.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냐. 화랑을 위해서라도, 돌아가신 형님을 위해서라도. 나는 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어.” “삼촌….”
“그러니 이번 일은 걱정 붙들어 매라. 삼촌이 잘 해결해 볼 테니까.” 그리 말한 송명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재하가 가만히 그런 송명신을 바라보았다.
“일단 상황이라도 한번 파악해 봐야겠지. 적당히 미궁 좀 둘러보고 오마. 이미 남은 건 없겠지만 보여주기식이라도 이런 형식은 중요하니까.” “…제1 공격대와 제2 공격대를 데려가세요.” “둘 다 붙여줄 필요 없어. 2공만 데려가마. 지금 같은 상황에 너무 많은 전력을 데려가면 또 상황이 요상해져.” 송재하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삼촌의 안위 때문에 1, 2 공격대를 모두 붙여줄 생각이었으나 송명신의 말대로 지금 같은 상황에 함부로 길드 내의 모든 전력을 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신에 지우를 데려가세요.” “1공 부공대장 말이냐?” “차기 1공대장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똘똘한 녀석이니 삼촌을 잘 보좌하겠죠.” “그냥 대놓고 내 경호원이라 말해라, 욘석아.” “…그럼 경호원이라 하죠. 어쨌든 녀석을 데려가세요. 필요하다면 다른 인원도 차출해서….” “됐다. 어디 먼 곳 가는 곳도 아니고, 제집 드나들 듯 항상 가던 곳인데… 제2 공격대만 해도 사실 과하다 싶어. 적당히 산책하듯 다녀올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가볍게 말하는 송명신의 태도에 더 이상 권한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기세를 느낀 송재하가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의 삼촌이 거부한다면 그로서도 더 권할 수 없었다.
삼촌 조카 관계를 떠나서 아무리 길드장이라도 길드 내의 최고 원로에게 함부로 명령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되었으니 나는 가보마. 적당히 상황 파악하면서 입장 발표나 정리해라. 갔다 오면 딱 인터뷰 한번 하고 끝낼 수 있게.” “예, 삼촌. 여기 일은 제가 다 준비해 놓을게요. 그러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송명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채 길드장실을 나섰다.
그런 송명신을 배웅하며 송재하는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골똘히 머리를 굴렸다.
그의 생각 안에 송명신이 돌아오지 못할 거란 걱정은 전혀 없었다.
너무나 안일하게도.
이것이 삼촌과 조카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현재 36계층에 도착했다.
하층이라 그런지 헌터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헌터들 사이에서 최근 떠들썩한 화제는 원정을 떠났던 어느 길드의 공격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이었다.
강력한 몬스터라도 만난 모양이다.
미궁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 별 대수롭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새롭게 얻은 장비들을 처분해야 할 텐데.
아무래도 기존에 누군가 사용하던 장비니만큼 정상적인 루트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미궁 밖으로 나가면 암상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아쉽게도 캐리일 적 이쪽으로는 별로 연관되지 않아 암상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돌아온 사막 구역에서 나를 반겨주는 것은 역시 언데드뿐이다.
과거에도 질릴 정도로 상대했던 녀석들은 이번에도 질릴 정도로 내게 매달려왔다.
언데드.
죽지 않는 불사자.
그 이름만 들으면 상당히 강할 것 같지만 의외로 별 볼 일 없다.
언데드 중 가장 최하위인 스켈레톤은 G나 F랭크의 몬스터고 그 위의 좀비 같은 녀석들은 외관이 좀 징그러울 뿐.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들은 아니다.
헌터 마켓에서 적당히 구입한 싸구려 성수로도 쉽게 무력화되는 녀석들이니까.
다만 상위종의 개체 같은 경우는 꽤 어려운 타입에 속한다.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불사자’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녀석들이니까.
실제로 사막 구역에 처음 발을 들였을 당시 날씨 다음으로 고생한 것이 바로 녀석들 때문이었다.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사기.
헌터들에게 가지는 적의 만큼이나 강력한 살아 있는 생명을 향한 증오.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 녀석들은 헌터들은 물론이고 몬스터들에게도 굉장히 강력한 난적에 속한다.
물론 지금은 내 밥이지만.
36계층의 플로어 보스 [듀라한]과 녀석을 따르던 언데드 군단이 볼품없이 쓰러져 있다.
각각 냉기에 꽝꽝 얼어붙어 있다거나 불에 활활 타올라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언데드라 그런지 독마법은 별 소용이 없었다.
사막의 지평선 한쪽을 가득 메운 언데드 군단의 시체.
덤벼오길래 무심코 저질러 버린 느낌이다.
마침 왼쪽이가 짜증을 내길래 덩달아 열이 오른 내가 화풀이를 한답시고 휘두른 마법에 녀석들은 맥없이 당했다.
과거에 그리도 멀게만 느껴졌던 그 듀라한과 언데드 군단이 지금의 내게는 가벼운 운동 상대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다시금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정말 많이 강해졌구나.
그나저나 이대로 두면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헌터들이 현장을 볼 텐데, 그럼 분명 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라도 먹어치워야 할까?

언데드라면 옛날부터 몇 번이고 먹어 보았기에 녀석들이 무슨 맛인지는 잘 안다.
물론 당시에는 통째로 삼켰던 탓에 딱히 맛을 느낄 겨를은 없었지만.
어쨌든 녀석들 덕분에 당시 별 진전이 없던 <독 내성>의 랭크가 크게 올랐었다.
분명 <시독>이라고 했던가?
한차례 크게 앓았었는데, 당시에는 꽤 위태로웠지만 이제는 추억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른쪽아, 한번 먹어보지 않으련?
편식 한번 한 적 없던 오른쪽이가 처음으로 먹을 것을 거부했다.
놀랍다.
오른쪽이가 거부한 관계로 이 많은 언데드 시체들은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언데드는 묵은지 맛이 났다.
역시 다신 먹고 싶지 않은 맛이다.
차라리 스켈레톤이었다면 과자라도 먹는 셈 치고 아작아작 씹어먹었을 텐데….
왼쪽이가 비웃었다.
아니, 우린 어차피 한 몸이라 내가 먹어도 결국 네가 먹은 것도 되는데….
이상한 거 주워 먹지 말라고 성대하게 목을 물렸다.
설이와 스노우가 격하게 보고 싶다.
토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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